도서/소설 | 프랑스

그림자 (카린 지에벨)

twfnm67 2020. 11. 29. 16:58


다 읽고도 찝찝한

이 소설의 문제점들


1. 빈약한 흐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은 소설의 기본이다. 이런 정형화된 흐름을 깨고자 한다면 다른 포인트에서 그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주인공 클로에의 주변을 맴돌며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남겨놓고선, 정작 증거를 일절 남기지 않는다. 이는 혹시 주인공의 정신착란인가 헷갈리게 할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충분한 궁금증을 자아내 놓고선 이 소설이 이후 400 페이지 가량 독자들에게 주는 것은 결국 발단 부분의 무한한 반복(계속되는 그림자와 클로에의 추격전) 뿐이다.

 

2. 범인의 정체. 필연성도, 반전도 없이, 그냥 '뜬금없는'..

 그림자의 정체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짜릿함이나 명쾌함 따위 없다. 그저 뜬금없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오랫동안 범인의 정체를 기다려 온 독자에게는 배신감을 안겨줄 만한 구성이다. 실컷 특정 인물을 범인으로 예상하게 해 놓았을 때에는, 후에 다른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 소름 돋을 만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복선도 함께 두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선 범인이 범인이었던 이유가 전혀 없다. '그냥' 그 사람이 범인인 것으로 끝난다.

 

3. 억지스런 인연, 불필요한 등장인물

 단순히 사랑했던 아내 소피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목숨까지 바쳐가며 클로에를 도와주기 시작한 고메즈 형사. 소설의 앞 부분에서 소피의 건강 악화와 죽음 그리고 고메즈의 절망을 비중 있게 다루었던 것은, 후에 고메즈와 클로에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 다만, 사건의 경중과 이야기의 비중이 뒤바뀌었다. 스치듯 지나친 클로에의 모습이 사별한 아내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클로에 사건에 바치기 시작한 고메즈. 갑작스럽고 억지스럽다. 이럴거면 굳이 소설의 앞부분에서 소피의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림자를 만난 이후부터, 어릴적 자신이 다치게 한 동생 리자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클로에. 도대체 리자는 이 소설에 왜 등장한 걸까. 심지어 리자는 소설의 끝부분에도 등장해 클로에와 함께 죽을 뻔하지만 결국 죽지도, 나아지지도 않은 채로 어떤 맺음도 없이 사라지는 인물이다. 

 이 소설 속에서 작가가 벌여놓은 이야기는 많은데 결말을 위해 성급하게 매듭이 지어지며 희생된 인물이 바로 소피와 리자인 것 같다.

 

4. 장르의 모호성

스릴러라고 하는데 하나도 안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