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송원평)
'우리가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연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
감정이 없는 사람이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공감도 감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들, 감정이 없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감정이 있는 사람은 한 번도 감정이 없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에선 이렇듯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가족일 때(1부), 친구일 때(2부), 연인일 때(3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가족 간에는 희생이 따르고, 친구 간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연인 간에는 끌림이 존재한다는 흔한 스토리를 알렉시티미아라는 독특한 소재로 풀어나간 점이 재미있었다.
'감정과 생각 사이'
이 책에선 '알렉시티미아'라는 실제 존재하는 장애에다가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이 증상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지점이 있었다.
과연 어디까지가 감정의 영역일까 하는 점이다. 눈 앞에서 엄마와 할멈이 아주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여기에서, '아프겠다', '잔인하다' 라는 생각이 '슬프다', '분하다'로 이어지지 않는다. 매일 보던 가족을 더이상 볼 수 없다. 가족과 함께 하던 것을 더이상 할 수 없다. 이 생각 역시 '보고 싶다', '그립다'로 이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생각은 어떤 감정을 불러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실 '생각이 먼저고 감정이 그 다음'이라고 나눌 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과 감정은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인공은 분명 생각을 하고 아픔을 느끼지만(experience) 딱 '감정' 하나만 느끼지(feel) 못한다. 날개가 찢어지고 있는 나비를 보며 '불편해 보인다'고는 말하면서, '불쌍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가 과장해서 썼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무튼 실제 존재하는 병이라고 하니, 감정이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 역시, 주인공의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감정을 쪽 빼고 생각만 나열하듯 글을 썼기 때문에, 책이 전반적으로 되게 건조하고 절제된 느낌이 들었다(마치 책 표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