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까지는 가지말아라, 사랑아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
시집을 직접 사 본적도, 딱히 시집을 통째로 읽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읽은 첫 시집이라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는 시를 쓰는 것을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특히 초등학교 때 야외수업을 하며 그림 그리기나 글짓기하는 시간에는 무조건 동시를 쓰고 시화를 그렸다. 어릴 때에는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싫어했는데, 시 쓰는 것만큼은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쓴 시를 담임 선생님께서 직접 선택해 교내문집(?)에 실어주신 적도 있다. 제목이 '연필'이었는데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수많은 시 중에서 가슴을 울리는 시나 구절은 정말 드물다. 이 시집도 나에겐 마찬가지었다. 다양한 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세 편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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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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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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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머니의 청춘
이정하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한껏 푸르러진 산을 보고
어머니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저 산은 시방 청춘이네
어쩌면 부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못 들은 척하던 나는 운전하던
차의 속도만 조금 낮췄을 뿐이다
어머니에게도 청춘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왜 까마득히 잊고 있었을까
흘깃 룸미러를 통해 본 어머니는
그 푸르른 산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오래 전, 당신이 청춘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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