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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까지는 가지말아라, 사랑아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

twfnm67 2021. 8. 12. 11:27

 

 시집을 직접 사 본적도, 딱히 시집을 통째로 읽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읽은 첫 시집이라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는 시를 쓰는 것을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특히 초등학교 때 야외수업을 하며 그림 그리기나 글짓기하는 시간에는 무조건 동시를 쓰고 시화를 그렸다. 어릴 때에는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싫어했는데, 시 쓰는 것만큼은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쓴 시를 담임 선생님께서 직접 선택해 교내문집(?)에 실어주신 적도 있다. 제목이 '연필'이었는데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수많은 시 중에서 가슴을 울리는 시나 구절은 정말 드물다. 이 시집도 나에겐 마찬가지었다. 다양한 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세 편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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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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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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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머니의 청춘

이정하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한껏 푸르러진 산을 보고

어머니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저 산은 시방 청춘이네

 

어쩌면 부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못 들은 척하던 나는 운전하던

차의 속도만 조금 낮췄을 뿐이다

 

어머니에게도 청춘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왜 까마득히 잊고 있었을까

흘깃 룸미러를 통해 본 어머니는

그 푸르른 산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오래 전, 당신이 청춘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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