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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롭 하트)

twfnm67 2021. 10. 31. 15:26

 

 

 좋은 기업. 훌륭한 CEO. 그 기준은 무엇일까?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업들은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조직 속에서 개개인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변화'와 '혁신'이 빠른 요즘 사회에서는 그 트렌드를 리딩하거나 혹은 발맞추어 따라가는 대규모 기업들과 그렇지 못하는 조직 간의 빈부, 흥망이 점점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틀린' 것일까? 소위 잘나가는(트렌디한) 기업들은 단지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을 함에 있어서 '정당함'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 책의 <클라우드> 사는 전 세계적으로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소외된 지역이나 약자들도 이제 그들이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장소로 하루 안에 배송받을 수 있게 해주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최첨단 물류 기업이다. 그리고 CEO 깁슨 웰스는 거대한 클라우드 제국을 키워 나가는 과정에서, <클라우드>를 더이상 기업이 아닌 하나의 사회로 만들어 나간다. 입사와 동시에 직원에게 집과 돈과 생활 환경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가히 대외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최고의 CEO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가 성장함에 따라 개인 사업자나 소상공인은 아이디어를 빼앗기고 일자리를 잃는다. 언제나 거대한 혁신에는 수많은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피해자 중 한 명인 팩스턴과, 클라우드 제국 반대세력의 지시를 받은 산업스파이 지니아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클라우드>에 입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클라우드>에 입사한 팩스턴과 지니아의 시점에서, 그 내부 실상은 과연 어떨까. 책은 두 사람을 통해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가장 일반적인 각각의 두 부류의 개인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지니아의 시점에서, 환상의 나라 클라우드는 알고보니 5등급제로 직원을 평가하고 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은 감시되고 있으며 조금만 뒤쳐저도 해고 통보를 받게 되는 시스템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개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다. 반면 클라우드 기업의 전형적인 희생자였던 팩스턴은 놀랍게도 이 시스템에 적응하여 충성을 다하게 되는데 책 속의 깁슨 웰스가 말한 '무기력한 코끼리' 상태가 되어가는 것이다. 

 

책은 또한 후반부에서 재밌는 반전요소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클라우드 내부의 열악함을 살아가는 팩스턴과 지니아의 모습과, CEO 깁슨 웰스가 이러한 실상을 매우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교차해서 보여준 것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