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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Backwards (순서파괴 -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원칙) (콜린 브라이어, 빌 카)

twfnm67 2022. 1. 31. 18:24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아마존의 성공 원칙과 히스토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2부는 이러한 성공 원칙들을 적용하여 실제로 크게 성공한 몇 가지 사례들을 다룬다.
제프 베이조스의 얼굴이 너무 대문짝 만하게 커버에 씌워져 있어서, 제프 베이조스가 쓴 책인 줄 알았으나, 아마존에서 오랫동안 제프와 함께하고 아마존의 시작부터 발전까지 모두 같이 경험한 두 사람이 쓴 글이었다.

1부에 대한 나의 감상평은,
'아마존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원칙을 가졌다'
그리고
'나 정말 열심히 일해야 되겠다'
이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1부에서 설명되는 여러 가지 아마존의 문화와 원칙들 - 가령 채용 프로세스, 6-pager, single thread team, working backwards, 리더십 원칙 등- 은 회사를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꾸려 놓았다고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특히 경영자가 아닌 일반 직원의 입장에서 내가 인상 깊었던 내용은 채용 프로세스와 single thread team이다.
나 역시 살면서 다양한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와 면접을 거쳐왔지만, 아마존의 채용 프로세스는 아주 고무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을 다 겪은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우리나라 대기업 몇 곳의 채용 프로세스를 겪어 본 입장에서, 사실 채용이라는 것은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겪은 한 최종 면접에서는 30분 동안 지원자:면접관 = 3:3 면접을 진행한 프로세스도 있었다. 지원자 당 많아야 10분 정도의 발언권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지원자 한명 한명에게 공평하게 시간 분배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이다! 심지어 들어오는 질문은 매우 형식적인 질문들 뿐이었다. 거의 '인상'과 '느낌'으로 판가름되는 면접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아마존은 다르다. 특히 가장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Loop Interview는 지원자들을 매우 피곤하게 만드는 프로세스라는 생각도 들지만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억울하게 떨어지거나 운이 좋아서 붙는 경우를 제거하는)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한 명의 지원자를 위해 4-5명의 면접관이 1:1로 심층적인 질문을 한다. 모든 면접관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시에 혹은 끝난 직후에 바로 피드백을 작성한다. 그리고 모든 프로세스가 다 끝난 이후에야 면접관들끼리 피드백을 공유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사실 이런 면접 프로세스 자체도 철두철미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오가는 실직적인 내용과 bar raiser 제도가 특히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bar raiser 제도는 천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채용과 인사제도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내 기업의 다양한 채용 프로세스를 겪었을 때는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아마존의 프로세스나 bar raiser 제도를 일정 부분만이라도 적용한다면 채용 프로세스가 훨씬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Single thread team 역시 매우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팀과 팀 간의 의존성을 제거하자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매우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팀 간의 협업은 언제든 필요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한 팀이 부재할 때 다른 어떤 한 팀의 업무가 지체되거나 정체되는 경우는 절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팀 간의 의존성을 줄이고 각 팀이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을 때, 그런 팀들의 집합체로서의 조직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에서 말하는 리더는 절대로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으며, 무엇이든 오너십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역할 구분과 '팀'으로서의 역할 구분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팀' 차원으로 갔을 때는 그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역할과 목표를 정하고 내부적으로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갖추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그런 의미에서 '팀'이 가지는 역할이 분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었다. 내가 또 성격이 뭐든 '대충대충'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나름대로 잘 해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일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1:1 미팅을 할 때마다 내가 주로 묻는 질문이 있다.
"00님은 work and life harmony를 어떤 식으로 실천하세요?"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쓱하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답한다.
"좀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저는 사실 종종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잠깐씩 일하는 편이에요. 이러면 안되는데.. 근데 또 저는 워낙에 일 하면서 얻는 것들을 좀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00님은 이렇게 하지 마세요. 허허"
애초에 '근태'라는 개념도 없고 일을 더 한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돈을 더 주지도 않는 사내 시스템 하에서, 스스로의 동력으로 life에서도 work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나는 무조건 일은 일에서 그치자는 마인드였고, 사실 지금도 일과 나 자신에 대한 구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스스로의 신념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요즘이다. 여전히 일과 나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나를 증명하는 수많은 요소 중에서 일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히 맞다. 내가 일을 대하는 자세를 조금은 더 성찰해 보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