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인생에 감히 감놔라 배놔라 하는 어설픈 자기계발 서적들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 책은 나와 코드가 잘 맞아서, 무언가 배우기 위한 목적보다는 마치 공감대가 잘 맞는 친구와 이야기하듯 읽은 책이다.
"자아실현 하려고 직장 다니는 거 아니잖아요. 그럴거면 대학원을 갔지."
라고 말했던 직장 선배가 있다. 어떤 다른 맥락에서 뜬금없이 나온 대사인데, 슬프지만 어느정도 공감되는 말이다. 직장은 나를 성장시키는 요소이지만 자아실현의 장은 아니다. 일로써도 성공하고 싶은 것이지, 승진 자체가 결코 꿈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어느새 내 일상은 출퇴근이 중심이 되어 움직였다.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고, 저녁 시간은 단지 퇴근 후 남는 시간으로 여겼다. 하고 싶은 것만 많고 시간이 없는 이유였다.
문득 내 일상 속에 출퇴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출퇴근 자체가 일상이 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정한 시간에 맞추어 내 일상을 움직이지 말고, 내가 주도하는 시간 속에서 정해진 일도 해내라고 한 것은,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주 하던 말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새벽 기상에 대해 저자가 가지는 생각에 이백프로 동감한다. 지각하기 직전까지 자다 일어나 간신히 출근하는 일상 말고, 내가 일어나고자 하는 시각에 일어나 내 할일을 하다가, 출근을 하는 것. 그 시간은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 된다. 특히, 학창시절에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마지막에 불끄고 나가는 것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첫 타자로 불 켜고 들어오는 것에 더 성취감을 느꼈던 나로써는 더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아침을 밤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도 저자의 생각과 일치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없던 시간이 '보너스'로 더 생기는 느낌이고, 밤에 늦게 자는 것은 마치 해야 할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잠도 자야 하기 때문에 마감 시간이 정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시간이 여유로우면, 내가 해야 되는 것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하더라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아침시간이 긴박해지면, 아침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온다.
한 가지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결국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아침형 인간에게나 공감될 만한 책이지, 고요한 밤시간을 더 즐기는 사람들한테는 역시 어설픈 충고처럼 들린다. 그저 저자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 챕터에 나온 하루 스케줄 작성법은 특히나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자기가 만든 다이어리 홍보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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