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과 글
도서/소설 | 이란

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by twfnm67 2021. 4. 25.

 

 나는 화가 났다. 비올레트와 에밀을 엮어 줘야겠다며 내 팔을 비틀어 억지로 저녁 파티를 열게 한 니나에게.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는 앨리스에게. 오로지 앨리스 생각만 하는 엄마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신난 아이들에게. 그리고 머릿속엔 오직 체스 생각뿐인 아르투시에게. 왜 내 생각을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왜 내가 뭘 원하는지 물어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나의 긍정적 자아가 내게 물어봐 주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나는 대답했다. '나는 하루에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

 사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밀리에게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을 거야. 나는 이 세상 끝까지라도 너를 따라가서 독재적인 너희 할머니와 무자비한 아버지로부터 구해 낼 거야. 나도 바보 같은 동생들과 할 줄 아는 거라곤 남 비판하고, 밥하고, 꽃이나 심고, 불평하는 것밖에 모르는 엄마랑, 매일 체스 두고 신문 읽는 것 말곤 하는 게 없는 아빠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이 세상 모든 부모와 할머니들을 타도하자!

 나는 편지를 손에 쥔 채 침대에 앉아 창밖 대추나무를 바라봤다. 전혀 뜻밖의 일격을 당한 느낌이었다. 나로선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내 이미지를 비춰 주고 있는 거울 앞에 떠밀려 선 그런 느낌. 나는 편지를 접어 매트리스 밑에 도로 넣은 다음 침대 시트와 베갯잇을 갈고 침대를 정리한 뒤 방을 나왔다. 

 제목만 보고 산 책인데,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깨닫지 못했다.

 

 이미 국내 소설과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자기 자신이 빠져버려 알맹이가 없는 '여성'과 '엄마'의 삶에 대해 너무 많이 접해 본 터라,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 이 정도면 약과지.. 하는 느낌이랄까-

 가족들을 더 많이 살피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에 어울리는 책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