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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제경영 | 경제학일반

행동경제학_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리처드 탈러)

by twfnm67 2021. 8. 9.

 

ㅎㅎ

 이 책의 한글 제목은 '행동경제학'인데 영문판 원제는 'misbehaving'이다. misbehaving이라는 단어가 전통적인 경제학과 모순 관계에 있는 단어라는 점에서, 제목만으로도 벌써 이 책에 대해, 그리고 행동경제학에 대해 흥미가 생기게 된다.

 처음 입문하면서부터 졸업반 수업을 들을 때까지 일관되게 내가 경제학에서 가장 흥미를 느꼈던 지점은, 수식과 그래프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심지어는 '예측'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Ceteris Paribus에서부터 시작해, 경제학을 배우면 접하게 되는 수많은 '가정'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행동경제학은 수많은 가정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대전제,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경제학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을 이 책에서는 '이콘'이라고 칭한다(즉, 경제학에서 일컫는 인간이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과 동일시될 수 없다는 대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콘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주체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일례로, 책에서 소개된 '심리계좌'와 관련해서, 당장 이 책을 읽고 있던 나조차 최근 같은 방식의 잘못된 생각을 하며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언니와 여수로 여행을 가고자 45만원을 지불하고 호텔을 예약했다. 그런데 계획을 짜는 도중 서울에서 호캉스를 하는 것으로 여행지를 변경하였고 예약해 두었던 여수 호텔을 다행히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묵게 될 호텔을 찾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환불받은 '45만원'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호텔이 45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돈을 '절약'한 느낌이 들었고, 그 이상일 때에는 예산을 '초과'한 느낌이 든 것이다. 어느새 나는 기존에 지출했다가 환불받은 여수 호텔비를 기준으로, 총 여행 예산 중 '호텔'에 적용되는 예산에 대한 '심리계좌'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경제학은 이콘을 대상으로만 하는 학문이며 인간에 대한 연구는 전적으로 심리학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콘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경제적인(합리적인) 선택을 하겠지만, 인간은 단순한 말장난이나 눈속임으로도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고, 개인과 사회에 더 이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뿐더러 그런 사례는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콘이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 역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넛지'라는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에서 '넛지'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 심리학적 요소가 결합될 때 실제로 얼마나 큰 시너지가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부 때 꼭 들어보고 싶었던 '행동경제학' 과목을 졸업할 때까지 수강하지 못하고, 결국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마침 이 책의 저자가 그 유명한 '넛지'의 저자였다는 점이 신기했다. 기회가 된다면 '넛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예상컨대 이 책이 행동경제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전통적인 경제학에 대한 수많은 예외 사례를 설명하는 책이라면, '넛지'는 그 수많은 행동경제학적 사례 중에서도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다양한 정책들이나 사례를 소개할 것 같다.

 학부 때 해결하지 못했던 갈증을 생각보다 쉽고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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