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에 대해, 그 사건에 얽힌 인물들 각자의 시선과 입장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신기한 내용의 책이었다. 초반부에서 중심이 된 사건은 살인이라는 다소 무겁고 극단적인 소재였는데 뒤에 이어지는 내용과 전개 방식은 전혀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었다.
'살인의 의도를 가졌으나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자와, 살해 의도는 없었으나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자'. 그리고 촉법소년. 이들을 '제대로' 벌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선택한 방법. 그리고 실제 범행이 이루어지기까지 두 가해자가 지내 온 가정 환경과 교우 관계. 책에서는 살인 사건이라는 하나의 범죄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각 인물들의 입장에서 아주 밀접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간중간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긴 했다. 가령, 가해자가 마시게 될 우유에 담임 교사가 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섞었다는 설정, 주인이 아닌 사람이 접촉할 경우 감전이 되는 지갑, 마지막에 등장한 폭발 장치 등은 너무 극적인 설정 혹은 소재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특히나 이런 요소들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에 아주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극적인 요소들을 사용함으로써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명확히 전달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생각이 된다.
이 책을 선물 받으면서 들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재밌긴 하지만 다 읽어도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을 다 읽자마자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아주 찜찜한 사건 속으로 빠르게 몰입되고, 지루할 틈새 없이 바로 또 새로운 인물의 관점에서 같은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이해하고 나면 이야기가 끝나는데, 과연 그 속에서 나는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답을 얻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겨진 상태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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