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 직장 생활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준 책이다.
사실 다 읽은 지는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 전인데 이제야 감상문을 쓰게 되었다. 그만큼 일과 운동과 사람 말고는 나의 개인 업무나 용무 등에 대해서 아무 에너지를 쓸 수 없게 정신없는 요즘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없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책일 읽음으로써 가능했다. 책을 통해 되찾은 생각의 여유랄까.
나는 어떻게 보면 '프로 이직러'다.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꾸준히 일해오신 우리 아버지(그리고 그 세대의 수많은 아버지들)와는 다르게 나는 직장 생활 통틀어 5년차인데 벌써 세 번째 직장이다. 남들은 5년차 정도 되면 후배들도 받고 신입사원 교육도 해주고 나름대로 멘토 노릇도 하는 일명 '중니어'의 시기이던데 나는 아직도 막내에 모르는 것 투성이고, 언제나 도움을 받아야만 일을 할수 있는 위치다. 말이 좋아 프로 이직러이지, 이직할 때마다 그 회사의 업무를 새로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니 결국엔 2년에 한번씩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의 얼굴을 할 수도 또 없다. 이직을 할 때는 어찌되었든 나의 백그라운드와 그에 따르는 기대를 받으며 채용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직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 왔지만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명'을 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마주하기 직전에 나는 이미 그 '증명'의 의무에 대해 매우 지친 상태였다.
하루 하루 너무 바쁘고 해야할 것은 많지만 능력의 한계는 있고, 그렇다고 다 물어보기엔 너무 무능해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일들은 미루고 미루다 집에 가서 혼자 끙끙 매기 바빴고, 어떻게든 완벽히 준비된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에 가서는 또 그런 고민을 숨기고 살아갔다. 그러니 일의 효율은 극강으로 떨어지고 마음의 부담은 극에 달하고 고민만 많아지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이 책의 제목을 우연히 보고 '이건 안 살 수 없다' 싶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이런 책에 관심을 좀처럼 가지지 않았었는데 마음의 상태가 약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첫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치유받는 느낌. 그러니까 나의 상태에 대한 공감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다 읽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의 나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사실 능력치가 갑자기 급상승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고민이 많지만, 단순히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놓는 것만으로도 삶이 너무나 윤택해진 것이다. 요새 나는 '쪽팔림'을 무릅쓰는 법을 배웠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대신 그 기회를 배움의 기회로 삼으니 일이 재미있어진다. 참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가 이토록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앞으로도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구절들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제 1장. 완벽주의, 언제나 지는 게임
내일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잠을 세 시간밖에 못 자는 비용을 치른다. 빨랫감과 세탁한 옷이 엉망으로 섞인 옷장을 바라보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영화 보는 시간을 포기한다.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정서적 안정을 포기한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당신은 이런 식으로 거래해왔다.
항상 다음 단계로 넘어갈 걱정만 하다 보니 거래의 부당함은 간과하게 된다.
의지에 호소한다.
너무 어려운 일은 피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중요한 일을 미룬다.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이, 기필코 원하는 방식으로만 일을 진행하려는 욕구를 내려놓는 것이 당신에겐 왜 그토록 어려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인간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 바로 사회적 인정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제 2장.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는 착각
적응적 완벽주의의 경우 바람직한 결과에 '다가가는' 것(긍정적 강화)이 동기인 반면,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회피하거나 탈피하는' 것(부정적 강화)이 동기이다.
둘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지고 있겠는가? 호기심을 품고 배우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테스트에서 A를 받는 것인가?
완벽주의적 지연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칙은 일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기 전에는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역시 실제로 부딪쳐보지 않으면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방법 또한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답보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무엇이 제대로 된 선택인지 모르겠다는 혼란으로 눈앞의 상황들이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제 3장. 두려움을 다루는 법
몰아세우지도, 구슬리지도 말고, 선수들이 그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두어라.
첫째, 생각을 생각으로 여겨라. 생각은 생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 사고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라.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건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셋째, 생각들이 하는 말을 고려하되 도움이 되는 것은 취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라. 논리에 맞고 진실처럼 보이는 것(일관성) 보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기능)에 집중하면 완벽주의의 덫을 피할 수 있다.
제 4장. 완벽하지 않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
불편한 느낌을 없애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당신은 경험을 통해 이미 그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불완전함을 밀어내는 것, 훌륭함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고, 대수롭지 않은 실수에도 스스로를 비난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피곤할 뿐 아니라 자기파괴적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고통은 당신이 진정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느낌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연습을 하라.
제 6장. 가치를 설정해야 하는 이유
가치를 기준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면 그를 돕고 싶어서 돕는 것이지만, 느낌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돕는 것이다.
제 7장.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마음챙김은 '의도성'으로,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에 머무는 것
과거를 곱씹거나("그때 그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미래를 걱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데에는 선수다.
가장 잘 못하는 것이 바로 현재에 머무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나"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했나?"로 옮겨가는 기술
무엇을 추구하며 살지는 여전히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
회의 도중 발언할 때마다 상사와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는 대신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협력하고 배우는 시간의 가치를 생각해보라. 데이트 상대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걱정하는 대신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호기심에 이끌려 행동하는 가치를 생각해 보아라.
과정을 중시하라고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통제권 밖에 있는 결과를 통제하고 싶은 욕구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
제 8장. 자기친절의 쓸모
당신의 행동은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인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인가?
완벽주의의 관점에서는 단순히 스스로에게 실수를 허용하는 것이 자기친절인 경우가 많다.
자기친절을 습관으로
당신의 기분, 동기, 일정과 상관없이 늘 자신에게 친절하라는 뜻이며 자기친절에 조건을 붙이지 말라는 뜻
실수를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편이 부족함을 되새기며 우유부단의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보다 생산적이다.
약점은 우리를 약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게 할 뿐이다.
제 9장. 실패를 책임지는 방법
거대한 장기 목표들만 있다면 너무 멀리 있는 무언가를 좇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 경우에는 작은 단기 목표들을 추가해서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자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 비록 사회는 보상을 미룰 줄 아는 것이 자기통제의 상징이라고 말하지만, 보상을 계속 미루다 보면 발전이 더디어지고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여정이 필요 이상으로 힘들어진다. 결국 만족감을 지연시킴으로써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면 배움의 가치를 떠올리고 '멍청한' 질문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 조급함, 자기의심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것은 가치가 아니다. 완벽주의가 가치를 장악하는 것이 느껴질 때 몇 가지 선택이 있다.
두려움 대신 가치를 선택
가장 완벽한 버전의 자신이 되고 싶은 욕구와 실패를 피하고 싶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가치 안에서 중심을 잡고, 자기친절을 실천하고, 일과 여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일깨우고, 다음번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가치에 부합되는 행동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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