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망설임 없이 구입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조조 모예스의 소설이라는 점. 내가 살면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 라는 책이다. 하지만 조조 모예스의 소설은 <미 비포 유> 이후에 일부러 찾아 읽어 본 그 어떤 것도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내용이었다.
일단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풀어 내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전개가 너무 느린 것도 지루함을 더했던 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주 중요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관한 고민이다. 살면서 이런 고민을 자주 하게 되지만, 이번에 하게 된 고민은 전반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하게 되었다. 나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일상에서 생기는 좋은 일', 혹은 어떠한 '성취', '성공' 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에 나오는 마이클은 자신의 일상에서 충분히 행복을 누리던 청년이었다.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완벽한 약혼 상대를 두고 있는 부유하고 능력있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행복'은 내가 여태껏 생각해 왔던 '행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실버베이에 가서 기존의 삶과는 전혀 다른, 어쩌면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다른 차원의 행복을 경험한다.
사실 나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뿐이지, 마이클과 같은 우연한 기회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르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성공을 하고(물론 실패도 했지만) 내 삶에 꾸준히 행복을 안겨 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의 '방식'과 '틀'을 과연 내가 원해서 정했던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당장 귀농을 한다거나 연고가 없는 해외로 떠나 0에서 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행복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내가 100% 원해서 이룬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도서 > 소설 | 영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리진 (댄 브라운) (0) | 2023.01.08 |
---|---|
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0) | 2022.11.15 |
웨어하우스 (롭 하트) (0) | 2021.10.31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0) | 2021.09.09 |
Olive, Again 다시, 올리브 (에리자베스 스트라우트) (0) | 2021.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