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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 영미

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by twfnm67 2023. 1. 28.

 우리 주변에 있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이야기. 과거에는 피해자였던 한 여성이, 현재 한 여성 피해자를 가해한 남성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고, 어머니의 입장과 피해자의 입장 그 사이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엄청난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오히려 감추어야지만 '일을 더 크게 부풀리지 않는 꼴'이 된다고 생각하였다는 점이다. 어쨌든 자신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점. 그리고 사건을 키워봤자 힘들어지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점. 일반적으로 비슷한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이 해당 사건 '속'에 존재할 때 흔히 할 수 있는 생각들이라는 점에서 너무 공감이 되고 가슴이 아팠다. 당연히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아야 마땅하거늘, 많은 성범죄 사건에서 마음을 졸이거나 혹은 사회적 시선을 감당하는 것이 두려워 사건을 안고가려고 결심하는 쪽, 자꾸만 자신을 탓하게 되는 쪽이 피해자 쪽이라는 것은 참 비참한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도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면 결국 사건을 바로잡는 것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여성이 가해자의 가족이자 가해자의 어머니라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당연히 해당 여성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했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만약 이 여성이 어렸을 때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본 사건의 피해자를 온전히 공감하지 못한 채로 자기 아들의 명예만을 위하는 여성이었다면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었을까. 어쨌든 결국 피해자끼리 연대하고 피해자끼리 세상을 바로잡는 이야기가 된 꼴이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가해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기 보다는 그냥 스스로 죄를 뉘우치며 끝나는 이 결말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우리가 원했던 것들' 이었다면, 과연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모두가 살면서 꼭 생각해봐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었더라면 더 책의 제목에 가까운 내용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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