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잘 읽히고 너무 '웃픈' 책!
한 가정에서 한명 한명의 존재는 너무나 크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일상들이,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단번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그 누군가의 존재가 사실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축복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대니)와 아들(윌)은 각자 아내를 잃고 엄마를 잃고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당장 월세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잘 다니던 직장에서까지 잘린 대니는 사실은 지금껏 아무것도 '혼자'서 해낸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아 간다. 그리고 엄마를 잃은 아들 윌은 입을 꾹 닫아버리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아빠와 아들의 소통은 점차 잃어 가고 두 사람은 삶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신기했던 점은, 이렇듯 슬프고 처절한 삶의 이야기가 단순히 가슴아픈 장면들로 비추어지지 않고 오히려 위트있고 재밌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월세가 밀려 집주인한테 팔다리가 잘릴 위기에 처해도,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 당장 아들한테 면도 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니는 본인이 의도치는 않았지만 재치있는 말들과 생각으로 순간순간을 살아 나간다. 어떻게 보면 너무 철부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본인 능력의 120프로를 가동하며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장의 이야기이다. 이 모순된 대니의 두 면모가 동시에 등장하는 오묘한 느낌이 아주 매력적인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술술' 읽힌다. 약간은 동화같은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 읽다보면 대니와 윌처럼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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