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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 영미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by twfnm67 2020. 10. 3.

"나조차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누군가의 깊은 내면을 따라가 보는 일은 특별한 위로를 준다.

<<스토너>>는 내게 그런 소설이다."

_최은영(소설가)


1. 침묵, 그리고 인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해, 혹은 말이 필요하지만 가끔은 그것이 더 구차해보일 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할 때가 있다. 억울하거나 슬픈 사건의 중심에 서서 침묵하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마치 남의 일을 대하듯 초연한 모습. 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걸까, 왜 변명을 하지 않지, 왜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거지, 라는 생각. 아마 윌리엄 스토너를 6년 전에 접했다면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정답을 모르겠다. 상상해본 적이 없는, 당장의 눈앞에 닥친 버거운 일을 감당해야 할 때, 어떠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이 '덜' 후회하는 길인지에 대해서. 아무튼 침묵을 택했던 입장으로서, 진실을 가진 사람이 자기 자신 뿐이라는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과 가끔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가 가진 진실 그 자체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에 공감한다. 

 

 

2. 직업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단 하나밖에 없다면, 그러면 그 일은 인생의 목표이면서 동시에 더 큰 가치를 위한 수단이 되고 삶의 행복과 때로는 도피처가 되고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돌이켜보는 척도가 된다. 스토너는 그런 점에서 축복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 

일로써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과 심지어는 일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것, 그 모든 것을 보장된 안정감 속에서 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그 일이 결국 타인에게도 선하고 발전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을 것 같다. 

필요하지만 거쳐가는 것으로만 그치고 싶은 그런 직업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다 결국엔 정착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시점에서. 마치 숙명처럼 단 하나의 원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그에게 닥친 다른 모든 불행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만큼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3. 균형

 

이 책 한 권은 지극히 평범한 스토너라는 사람의 일대기인데, 책 속의 한장 한장은 스토너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그가 대처하는 방식이다. 

윌리엄 스토너에겐 분에 넘치는 행복도, 혹은 무리한 고통도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그 균형을 맞추어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절제된(혹은 절제해야만 하는) 인생이 주어졌다. 행복이나 불행의 크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크게 느끼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서, 또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해서, 어떻게 보면 스토너 그 자신이 그 균형을 지키며 살아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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