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기 좋은 아류 로맨스 소설
새로운 조조 모예스는 탄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 「미 비포 유」의 장점을 다 갖췄다' 라는 평을 받기에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의 아류작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가볍게 읽기에는 편안한, 보통의 로맨스 소설이었다.
사실 셰어하우스라는 이 작품의 중심 소재에 대해서, 처음에는 단순히 두 주인공을 만나게 하는 신선한 공간적 배경이라고만 생각했다. 참신한 소재를 통해 만남이 시작되고, 그 뒤에는 결국엔 뻔한 스토리를 풀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왜 꼭 '셰어하우스'이어야만 했는지, 그 공간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드디어 깨닫게 된 구절이 있었다. 작가의 의도였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셰어하우스, 하지 말걸 그랬다. 내 인생을 열어 누군가를 들어오게 하면 안 되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었다. 안전하게, 그럭저럭 살아내고 있었다.
...
사라진 게 가득한, 남의 집처럼 느껴질 것이다. 내가 처음에는 원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사라진 집.
시간은 분리하고 공간만 함께 나누는 셰어하우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이런 참신한 소재에 비해, 이 소설만의 개성이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몇 가지 지점에서는 조조 모예스의 소설을 아예 베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미 비포 유」의 루이자로부터 복붙한 것 같은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주인공의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유명 작품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는 기분을 가진 채 읽는 것은 그리 달가운 경험이 아니었다. 영국 코스모폴리탄에서 굳이 「미 비포 유」와 비교해서 평가한 게 혹시 비꼬려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소설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도로 그런 평을 받았든, 나는 사랑을 주제로 다루는 책 중에서 아직 「가시고기」와 「미 비포 유」에 견줄 만한 소설을 마주한 적은 없다. 이 소설들은 어찌보면 뻔하게 느껴질 법한 소재를 통해 가장 높은 차원의 사랑을 굉장히 섬세하게 그리는 책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소재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영화, 안녕 헤이즐)」라는 책이 있지만, 이 책은 뻔한 소재로 뻔한 사랑 이야기를 할 때, (설령 그 소재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치트키라 할지라도,,) 얼마나 쉽게 아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비록 모두 재밌게 읽은 책들이지만, 다음 번에는 글을 읽으며 특정 작품을 자꾸 떠올리게 되지 않는, 그자체로 개성이 있는 소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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