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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 영미

Olive, Again 다시, 올리브 (에리자베스 스트라우트)

by twfnm67 2021. 2. 11.

 이 책은 나한테 너무 어려운 책이다. 단지 표지가 예쁘다는 이유로 산 책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불편하게 만들 줄 몰랐다. 첫 챕터(단속)를 읽는 중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뚱뚱하고 나이든-스스로 볼품없어지는 중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만 같은-남자가 등장해서 지난 삶에 대해 후회 혹은 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더 읽고 싶지 않았다. 두번 째 챕터(분만)에서는 기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늙은 여자(올리브)가 젊은 여자의 베이비샤워에 가서 어울리지 못하고 온갖 것에 불평을 하는 것(베이비샤워 참석자들보다 올리브에게 더 공감이 됐지만), 또 다른 젊은 여자의 아기를 받으면서도-실상 너무 본능적으로 받아내면서도-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 등이 너무 기괴했다. 세번 째 챕터(청소)는 더 더 기괴하고 거북했다. 청소하는 아이가 집주인 남편과 벌인 행위는 사실 정말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네번 째 챕터(엄마 없는 아이)가 되어서야 이 올리브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연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 책 특유의 기괴함은 있었지만, 올리브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늙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번 째 챕터(도움, 햇빛, 산책, 발 관리, 망명자들)는 사실상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혼란스럽기도 했고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누가 죽고, 죽어가고, 죽는 것을 죽도록 두려워한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은 약에 취해 쓰러져가고, 절대로 어우러질 수 없는 사람들이 억지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삐그덕거린다. 그리고 그 '삐그덕거림'이 너무 섬세하게 표현되어서 읽는 내가 다 불편하고 긴장되고 어색하다.

 열번 째, 열한번 째, 열두번 째, 그리고 마지막 챕터(시인, 마지막이 된 남북전쟁의날, 심장, 친구)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지금의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책이구나.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삶의 방식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올리브는 너무 나이가 많다. 그래서 나는 올리브의 시선으로 그 많은 사연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올리브를 대하는 태도를 올리브의 시선으로 감당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이렇게 10년에 한 번 꼴로 다시 읽게 된다면, 읽을 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내내 뭔가 '힘겹다'고 느껴졌던 것은, 내가 지금 읽는 페이지를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했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지금으로써 이해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란 걸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깨달았다. 나는 아직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세상 만사에 초연한 사람들, 그래서 뭐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리브는 외로움을 죽음을 무서워하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고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고 후회하고 그리고 친구가 필요한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많은 일들을 겪었고, 말이나 행동에 필터링이 없어 보이지만, 자기 집 앞마당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 하나 때문에 몇날 며칠을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야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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