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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 국내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by twfnm67 2021. 5. 23.

 

 한강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영화 <기생충>을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그만큼 인물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큰 작품.

 많은 파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그 파편이 우주와 현실과 예술과 사랑을 넘나들고 진실과 추측과 회상 그래고 현재를 넘나들고 있다.

 파편들을 이어 붙이면 각 인물의 삶이 된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스토리가 완성된다. 어떤 스토리는 서인주와 이정희와 삼촌의 것이고, 또 다른 스토리는 서인주와 정선규와 민서의 것이고, 또 어떤 스토리는 서인주와 강석원의 것이고, 서인주와 류인섭의 것이고, 류인섭과 진수와 인주 어머니의 것이고, 이정희와 K의 것이다. 이 모든 인물들의 삶과 그들이 함께 겪었던 사건들은 소설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조금이나마 명료해진다. 

 그리고 그 파편들 속엔 '우주'가 있다. 계속해서 우주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모두가 하나였던, 끊임없이 팽창하는, 너무나 차가운 혹은 뜨거운, 너무 빠른, 수렴하는, 어두운 것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는 띄엄띄엄 그러나 계속 등장하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삼촌과 인주의 그림처럼-.

 그러는 와중에 많은 것을 폭로하고 있다. 주로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인주, 정희, 인주어머니, 정희어머니-과 그러한 여성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사랑하는 남자-강석원, 류인섭, 진수-의 이야기. 여성들은 현실에 치여서 울고 남자들은 사랑에 미쳐서 운다.

 소설은 인주와 정희와 삼촌의 사랑만큼은 진실되고 아름다운 것으로 그리고 있다. 이 세 사람 사이의 사랑은 객관적인 '사건'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그 사이를 관통하는 '그림'이 있고, '기억'이 있고, '행위'가 있다. 그것을 그려낼 뿐이다. 이 소설이 인주, 정희, 삼촌, 이 세 사람에서 시작했듯이 세 사람으로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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